범죄세계를 너무 리얼하게 담아…캄보디아서 공개 금지된 넷플릭스 영화

현실보다 잔혹한 사이버 사기의 민낯, 넷플릭스 영화 ‘고주일척’

2023년 중국 박스오피스를 뜨겁게 달구고 넷플릭스에 상륙한 범죄 스릴러 ‘고주일척(孤注一擲, No More Bets)‘은 단순히 흥미 위주의 오락 영화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 영화는 동남아시아에 근거지를 둔 거대 사이버 사기(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 등) 조직의 잔혹한 실태를 가감 없이 폭로하며, ‘해외 취업’이라는 달콤한 유혹 뒤에 숨겨진 현대판 노예 노동과 범죄의 민낯을 스크린에 담아내었다.

출처:넷플릭스

영화의 제목 ‘고주일척’은 ‘마지막 남은 것을 걸고 운명에 맡긴다’는 뜻으로, 영화 속에서 범죄에 빠진 피해자나, 심지어 범죄에 가담하게 된 이들 모두의 절박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르포르타주를 보는 듯한 사실적인 연출과 팽팽한 긴장감은 관객에게 깊은 몰입감과 동시에 불편한 현실 인식을 안겨줘 개봉당시 중국 현지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왔다.

‘고주일척’의 간략 리뷰 “절망적인 현실 고발과 스릴러의 완벽한 결합”

영화 IT 프로그래머 ‘판청’과 모델 ‘안나’가 고액의 해외 취업 제안에 속아 동남아시아의 사기 조직에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곳에서 이들은 감금, 폭행, 협박 속에 강제로 사기 행각에 가담하게 된다. 영화는 사기 조직 내부의 비인간적인 시스템과 더불어, 돈을 향한 인간의 탐욕이 어떻게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지 냉철하게 조명한다.

선아오 감독은 보험 사기를 소재로 한 전작 ‘수혜인(受益人)’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사회 비판적 시각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상업적인 긴장감을 능숙하게 조율한다. 특히, 사기 조직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왕전군(王传君)의 소름 끼치는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로, 악역의 다층적인 면모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이 영화는 중국 당국이 실제 사이버 사기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을 지원했을 만큼, 현실의 심각성을 반영한 ‘공익적 스릴러’로서의 가치도 높게 평가받을만 하다.

‘고주일척’의 주요 감상 포인트

출처:넷플릭스

1. 프로그래머 시점의 ‘사기 설계’ 디테일

영화는 일반적인 범죄 영화에서 흔히 다루지 않던 ‘사기 조직의 내부 운영 시스템’을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IT 전문가인 ‘판청’이 조직에 들어가 사기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고도화하는 과정은, 단순한 전화 사기를 넘어선 현대 사이버 범죄의 치밀한 전문성을 보여준다. 리얼한 범죄 묘사 장면 덕분에 관객들은 현대의 사이버 사기가 어떻게 기술적으로 설계되고 진화하는지를 엿보며 경각심을 갖게 한다.

2. ‘피해자-가해자’ 경계의 모호성을 다룬 연출력

주인공들은 처음에는 명백한 피해자이지만, 생존을 위해 혹은 압력 때문에 점차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설정이 눈에 띈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범죄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심도 있게 다룬다. 특히, 수백만 명에게 사기를 친 조직의 간부들도 결국은 더 큰 조직의 통제 하에 있다는 사실은 현대 범죄의 구조적 복잡성을 시사한다.

3.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미디어의 책임

영화는 사기 조직이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SNS나 미디어를 악용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정보와 콘텐츠가 어떻게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미디어를 접하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비판적 사고 능력을 촉구한다.

‘고주일척’과 관련한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

출처:넷플릭스

실화 기반의 리얼리티

감독과 제작진은 이 영화를 위해 실제 사이버 사기 피해자들의 사례와 증언을 광범위하게 수집했으며, 촬영 전 철저한 현지 조사와 연구를 거쳤다. 영화의 리얼리티는 이러한 수사 기록 및 피해자 인터뷰에 기반하고 있다.

캄보디아 상영 금지 사태

영화가 공개된 후,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상영 중단을 요구하거나 실제로 국내 상영을 금지했다. 영화가 다루는 범죄의 배경이 되는 지역의 정치적, 외교적 논란을 야기하며 현실의 민감한 문제를 건드린 것이다. 특히 영화의 배경이 된 캄보디아의 문화예술부는 2023년 9월, 자국 관광과 명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를 공식화했다.

중국 내 폭발적 흥행

고주일척’은 중국에서 사회적 이슈를 환기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개봉 2주 만에 20억 위안(약 3,600억 원) 이상의 흥행 수입을 기록하며 2023년 중국 박스오피스 최고의 다크호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출처:넷플릭스

‘고주일척’은 단순히 재미를 넘어선 경고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는 수작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이 영화를 접하는 한국 관객들에게도 ‘해외 취업’이나 ‘고수익 투자’를 가장한 사이버 사기의 위험성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해줄 것이다. 특히 얼마전 큰 사회적 이슈가 된 ‘캄보디아 사태’를 경험한 우리에게는 이 작품이 남의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다만, 후반부 일부 전개가 다소 교훈적이거나 중국 공안의 활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초반의 날카로운 리얼리티가 희석되는 점은 아쉽게 다가올 따름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치밀하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고주일척’은 충분히 높은 가치를 부여할만한 작품이다.

박호배 기자 content_editor02@tselect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