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디즈니+ ‘파인’의 원작자 윤태호 작가를 만나다
때로는 거친 바다처럼, 때로는 고단한 삶의 터전처럼, 그의 작품은 늘 우리 발밑의 현실을 깊숙이 파고든다.

‘미생’에서 치열한 직장인의 삶을, ‘이끼’에서 어두운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리고 최근 우리를 사로잡은 디즈니+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이하:파인)에서는 욕망으로 들끓는 1970년대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그려낸 윤태호 작가.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인물들은 허공에서 떠도는 판타지가 아닌, 분명 땅에 발 딛고 살아 숨 쉬는 우리의 이웃을 보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그는 이토록 깊은 현실의 우물을 길어 올릴 수 있었을까? 단순한 이야기꾼을 넘어, 우리 삶의 맨 얼굴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으로 수많은 작품을 성공시킨 그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하다. 거대한 바다처럼 깊고, 때로는 거친 파도처럼 휘몰아치던 윤태호 작가의 세계 속으로, 그의 진솔한 목소리를 따라 들어가 본다.
-제 기억으로는 ‘파인’은 영화화 할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되다보니 드라마로 완성된것 같다. 오랫동안 끌었던 실사화가 드디어 이뤄진 소감은?
사실 ‘파인’은 기획 단계에서 부터 실사화 이야기가 있었다. 이번 작품을 같이한 제작자 분하고 과거 ‘미생’의 실사화 버전을 만들려고 했는데, 나중에 잘 안되어서 이후 차기작은 같이 하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나서 ‘파인’ 3,4회의 연재쯤 됐을때 계약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나도 이게 실사화로 가능한가 고민했다. ‘파인’의 주요 설정중에는 구현이 어려운 허들들이 꽤 있었다. 거친 서해 바다에 배우들이 들어가야 하는 장면이 상당했기에 이를 구현할 제작진과 배우들이 꽤 고생할거라 생각했다. 다행히 모두들 잘해줘서 고마웠다.
-강윤성 감독이 완성한 결과물을 본 소감은?
매회 올라올때 마다 가족들과 회식하듯이 함께 모여서 봤다. 어제 마지막회는 스태프들과 함께 모여서 볼려고 합류했는데, 감독님이 “여기서 따지려고 오셨죠?”라며 농담하셨다.(웃음) 나는 실사화는 내 작품이 아닌 감독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분들의 작품 정서와 선택을 존중한다. 감독님이 이 작품을 위해 아침 10시에 출근하시고 밤 11시에 퇴근할 정도로 노력했다고 들었다. 그만큼 감독님의 노력을 믿었다. 한편으로 그 정도로 고생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원작이 좋았으면 저런 고생을 안했겠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웃음)
-‘파인’이 이 시대의 가장 특별한 작품이라 느껴진 이유는 작가님이 기획 당시 말씀하신 악인들도 근명성실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현재 할리우드를 비롯한 국내외의 작품만 봐도 사이코패스 캐릭터가 넘쳐나는데, ‘파인’의 캐릭터들은 악한일을 하는데도 가족을 챙기고 도굴하는데도 준법정신을 강조하는 인물들이다. 캐릭터를 그렇게 설정하셨던 이유가 있으셨는지?
나는 작품을 기획할때 부터 테마를 먼저 고민하고 그 다음 이야기를 만드는 편이다. 테마를 잡을때 1970년대로 했는데, 그 당시가 근면성실의 시대다. 그래서 악인들도 열심히 일했을거라 생각했다. 그것이 합법이건, 불법이건 열심히 일해쓸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그시대 악인들은 무법자들로 법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배를 타고 나가면 서로간의 약속이 있었야 서로 믿고 일할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인물들이 배위에서 준법을 따지는 것은 서로를 못믿어서 그런건데 그 설정을 가져오면 재미있을것 같았다. 나중에는 이들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배운게 없는 사람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런데 방영 당시 시청자들이 그렇게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이던 인간들이 왜 서로 안 싸우냐고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웃음) 시청자들은 사건 위주로 이 드라마를 접해서 그랬을 것이다. 사실 ‘파인’은 캐릭터가 주가 된 작품으로 그 부분을 중심으로 보면 더 재미있게 다가왔을 것이다.

-소재가 되었던 신안선 사건을 웹툰화한 이유가 있으셨는지?
작가들이 슬럼프가 올때마다 하는일이 뉴스 검색하는 일이다.(웃음) 사람마다 자신의 관심분야가 다를때가 있는데, 당시 나는 1970년대에 관심이 많았다. 작가 선생님들이 수필을 쓰면 주로 과거를 쓰는 것처럼 나에게는 50년대에서 부터 80년대 까지가 이야기의 소재 거리다. 소재가 된 신안산선 사건도 내 서랍에 있었던 이야기였다. 이 사건에 아까 이야기한 무법자 캐릭터들이 준법정신 따지며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들을 어떻게 살아있는 인물처럼 만드셨나?
나는 이야기를 만들때 플룻을 짜지 않는다. 캐릭터들의 히스토리를 먼저 만들고 또 하나의 가상의 설정과 팩트들을 정리하는 편이다. 아마 캐릭터를 만드는 것에 시간을 쓰는 것은 내가 다른 작가들 보다 길것이다.(웃음) 주로 인물들의 히스토리와 연보를 연령대로 정리해서 엑셀 파일로 저장해둔다. 그렇게 나열하다가 나중에는 비고란까지 만든다. 원래부터 이렇게 일한건 아니었는데, 만화 ‘야후’를 작업하면서 이런 습관을 갖게 되었다. 나중에는 이 사람의 신체 사이즈, 말의 속도, 슬플때 어떤 표저을 지을지까지 디테일하게 다루게 되었다. 그러한 디테일한 작업이 인물들의 결손적인 모습까지 다루는 과정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그러한 노력이 캐릭터를 살아있게 만든 이유가 된 것같다.
-작가님의 최고 장점은 취재력으로 알려졌다. ‘그릇’을 전라도 식으로 ‘그륵’이라고 부르고 당시 생생한 사투리 까지 실감있게 완성했다. 화제가 되었던 대사, 사투리 그리고 도굴 설정은 어떤 취재 형식으로 완성하셨는지 궁금하다.
우선 기본적인 도굴 설정은 뉴스라이브러리에 가면 1975년 목포에 있었던 신안산선 뉴스와 관련 정보들을 찾을수 있었다. 이 뉴스를 기반으로 도자기와 골동품과 관련한 책을 여러권 사서 다 읽고 손으로 다 수기하며 기록했다. 나중에는 신안산선 보물과 관련된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거기에 보물과 관련된 모든 개요가 논문처럼 다 나와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대략적인 신안 보물선에 대한 윤곽을 완성했다.
나중에는 부산 라디오 프로그램의 아는 PD의 지인이 골동품을 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직접 만나 골동품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목포도 직접가서 발굴 당시 이야기와 그곳 전시장도 찾아서 설명도 들으면서 관람도 했고, 그분의 설명을 듣고 신안 군청까지 가게 되었고, 드론팀까지 직접 만나서 사진 촬영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나서 헌책방을 가게 되었는데, 거기에 가면 유명한 출판사가 아닌 작은 출판사에서 내놓은 아주 조약한 책들을 발견하게 된다. 거기에서 비문이 가득한 골동품 책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정말 읽기 어려운 문장과 비문들이 상당했다.(웃음) 드라마에서 보면 김의성이 연기한 교수 캐릭터가 “아도치고, 물건 흥정 안해”라는 식의 대사를 하는데, 그게 그 책에 나온 글을 바탕으로 완성한 것이다.(웃음) 한마디로 그 책의 저자가 도매를 한 내용이 담긴 것이었다. 그 대사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나중에 꼭 써야지 했는데, 결국 ‘파인’을 만들면서 쓰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어렸을때 광주, 군산등에 이사를 다니고 해서 내가 지역 사투리 언어 습득력이 빨랐다. 그 시절 동네 형들이 나를 불러서 서울말 한다고 놀린적인 있었다. 나중에 그일을 ‘이끼’에 적용하게 되었다.(웃음) 어렸을때의 여러 기억과 출판사에서 완성한 남도 사투리 목록이 있어서 이를 기반으로 인물들의 사투리를 완성할수 있었다. 학교 다닐때 너무 공부를 안하다가 뒤늦게 공부를 해보니 이제야 재미를 느낀것 같다.(웃음)

-작가님 작품의 악역들이 유독 독특하고 인간적이다. 이유가 있으신지?
살다보면 그럴때가 있다. 나 혼자만 세상에서 너무 착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악인인 사람들이 궁금할때가 있다. 가끔 내가 빙의해서 악당이면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할때가 있다. 과거 주호민 작가가 썼던 글이 생각난다. 어떤 사람이 무단횡단 하는걸 봤는데, 그 사람이 길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려고 그랬다는 문구가 재미있었다. 사람들은 슬쩍 불법적인 것을 느끼고 거기서 쾌감을 느낄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코엔 형제의 영화 ‘파고’를 좋아한다. 극중 주인공이 어떤이들과 함께 범죄를 모의하는데, 그 모양새가 왠지 실패할거라는 느낌을 딱 받게 한다.(웃음)
평범한 사람들이 막상 큰 부를 얻을수만 있다면 악마에게도 영혼을 팔아넘기겠다고 하지만 막상 악인이 되는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내가 70년대를 배경으로 한것도 마찬가지다. 거기서 오관석(류승룡)이 희동이(양세종)에게 경부고속도로를 만들다 보니 사람도 죽었다며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 하는데 어떻게 보면 참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내 세계관이 바뀌면 악마가 되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님의 창작 루틴 활동에 대해 듣고싶다.
되도록이면 나는 10시와 11시쯤 자려고 한다. 작년 4월에 몸이 아플때였는데, 그때 의사 선생님이 무조건 잠을 일찍 자라고 해서 되도록이면 12시를 넘기지 않고 자려고 한다. 하루 8시간 자는게 이렇게 어려운가를 그때 알게 되었다. (웃음) 그리고 나서 8시쯤 일어난 다음에 일어나서 명상 같은것을 한다. 이 행동을 4년간 하고 있다.
그리고 술과 담배도 끊고 많이 걷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 관계도 정리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이야기도 구상하고 책을 더 보는 편이다. 최근에 추가한데 AI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문장을 칼 융과 같은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사고해달라고 물어보고 있다.(웃음) 최근에는 양자역학에 대해 물어보고 요즘 유행하는 회귀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요즘 질문할때 마다 AI가 내 통찰력을 칭찬하더라.(웃음)
-임수정이 이번 ‘파인’에서 크게 맹활약을 했다. 양세종, 류승룡을 비롯한 출연진 모두 좋은 연기를 선보인것에 대한 소감은?
임수정이 사모님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왜?” 이렇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안 양정숙은 정말 최악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멸망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내가 애정하는 배우님이 왜 굳이 이 인물을 연기하시나 놀랬다. 한번은 내가 촬영장에 커피차와 함께 왔는데, 마침 그날 배우님이 관석(류승룡)에게 욕하는 장면을 찍는 장면이었다.
원래 내가 생각한 양정숙은 교활하고 술수가 능한 여자답게 카랑카랑한 톤으로 말할거라 생각했는데, 너무나 곱게 말하는 것을 보고는 놀랐다. 그리고 나서 드라마를 봤는데, 당시의 사모님 다운 모습을 잘 선보이셔서 정말 잘하셨다고 생각했다. 임수정 배우님의 연기가 100% 맞다고 봤다.

-선자와 희동이 연인이 되는 결말은?
나는 그런 멜로 유전자가 없다.(웃음) 개인적으로 잘봤고 마음에 들었다. 사실 감독님께서 이렇게 내일도 없는 사람들이 이런 해피엔딩으로 끝내도 될지 나에게 의견을 구했는데, 내가 시즌 2가 된다면 이들은 그때 처벌 받아도 되니 지금은 환호성을 할수 있게 하자고 했다.(웃음) 그런데 배우들이 시즌 2를 하고 싶다며 죽었던 배우들도 자기들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장면도 찍었다고 말했다.(웃음) 그 이야기를 하다가 감독님께서 시즌 2를 하게 되면 어떤 소재가 좋을지 의견을 구했는데, 내가 도굴의 마지막이면 왕릉이지 않을까요 말했는데, 바로 감독님이 쿠키 영상을 경주로 하셨다.(웃음)
-‘이끼’ 드라마 버전도 준비중이라고 들었다, 어느 정도 진행중이고 대략적인 틀이라고 알고 싶다, 만약 파인 시즌2 요청이 온다면 참여하실 의상은?
‘이끼’ 시리즈물은 트리트먼트 작업이 길어져서 분량상으로는 3분의 2만 구성했다. 100페이지가 진행되었다. ‘파인’ 시즌 2는 현재 우리끼리 즐거운 이야기로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시즌 2의 이야깃거리와 소재는 충분하다.
-웹툰 원작의 실사 작품이 늘어나고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런만큼 그 기반이 되는 우리 만화와 웹툰 시장이 더 튼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 만화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업계에 있는 입장에서 현재 우리 만화 시장이 기회인지 아직 많이 부족한지 궁금하다, 현재 우리 만화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과거의 출판 만화들을 서점이 감당 못한적이 많았다. 그나마 유명한 작가들의 만화는 서점에 있어도, 신인 작가의 경우 발간되어도 1달만에 쓰레기장으로 보내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 웹툰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여러 작가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 이것이 작가들을 위한 아카이브가 되었다. 그리고 댓글수, 조회수 , 별점수 등 양질의 리서치 결과물을 얻게 되었으니 독자들이 만화를 접할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덕분에 연재 도중에 네티즌들의 댓글을 통한 조언으로 이야기를 변경할수도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과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웹툰의 자주 실사화가 될수 있었다고 본다. 나는 웹툰이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있다. 물론 코로나때 웹툰 제작 업체들이 투자를 많이 받아 제작이 많이 되었지만, 이제는 대중들이 대외활동을 하게 되어서 웹툰에 대한 수요가 그때보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현재 흐름으로 봤을때 다시한번 좋은 기회가 올것이라고 본다. 이제 곧 우리 만화의 전성기가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현재는 힘든 과정에 있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좋은 전성기가 올것이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