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웨폰’ 리뷰
개봉전 북미를 비롯한 41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하며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웨폰’은, 단순한 공포영화라는 의미를 넘어선 심리적 긴장감과 독창적인 서사를 지닌 독특한 작품이었다.

LA 타임즈가 “장르와 트렌드를 거스르는 올해 최고의 영화”로 극찬하고, 워싱턴 포스트와 롤링 스톤 역시 “가장 무서운 괴담 롤러코스터”, “세심하게 다듬어진 초현실적인 터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듯이, ‘웨폰’은 공포영화 마니아들을 비롯해 높은 제작비로 고민중인 영화 제작자들에게 가장 좋은 가성비가 무엇인지 보여준 작품으로 오랫동안 화자될 작품이다.
문제의 새벽 2시 17분, 마을을 뒤덮은 미스터리

영화 ‘웨폰’은 평범했던 마을 메이브룩에서 새벽 2시 17분, 같은 반 아이들 17명이 동시에 사라지는 기이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유일하게 남겨진 알렉스 릴리(캐리 크리스토퍼 분)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아이들의 부모들은 절망과 분노 속에서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담임교사 저스틴 갠디(줄리아 가너 분)는 과거의 행적으로 인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며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된다.
영화는 모자이크 내러티브 방식을 통해 사건의 이면을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저스틴 갠디, 사라진 아이의 아버지 아처 그래프(조쉬 브롤린 분), 경찰 폴 모건(올든 에런라이크 분), 마약 중독자 제임스(오스틴 에이브람스 분), 교장 마커스 밀러(베네딕트 웡 분) 등 여러 인물의 시점을 교차하며 각자의 상처와 욕망, 그리고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러한 구조는 관객으로 하여금 퍼즐 조각을 맞추듯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게 하는 동시에, 각 인물이 겪는 심리적 압박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바바리안’ 잭 크레거 감독의 진화, 섬세한 연출과 강력한 메시지

‘웨폰’은 강렬한 데뷔작 ‘바바리안’으로 호러 신성으로 떠오른 잭 크레거 감독의 신작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더욱 정교해진 연출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바바리안’이 제한된 공간에서 오는 공포를 극대화했다면, ‘웨폰’은 훨씬 넓은 캔버스 위에 여러 인물의 시점을 교차하는 챕터 구조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각 장마다 드러나는 새로운 단서와 사건들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결국에는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듯한 놀라운 피날레로 이어진다.
잭 크레거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내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며, 각 등장인물이 친구의 죽음을 대하는 자신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영화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알코올 중독, 외도, 마약 중독 등 인간의 결함과 사회적 병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웨폰’은 단순한 공포물을 넘어, 현대 사회의 불안과 폭력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잔혹한 연출보다는 정교한 심리 묘사와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관객을 압박하는 ‘웨폰’은 ‘러시안 룰렛’처럼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도시 괴담을 넘어선 현실의 공포

잭 크레거 감독은 데뷔작 ‘바바리안’에서 보여준 독창적인 연출 스타일을 ‘웨폰’에서 한층 더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슬로우번 형식의 전개 속에 숨겨진 반전과 블랙 유머는 관객의 허를 찌르며, 잔혹함보다는 정교한 심리적 압박으로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단순히 놀래키는 점프 스케어(Jumpscare)를 넘어,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쌓아 올리는 섬뜩한 분위기는 관객을 극 초반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웨폰’은 단순한 공포 영화를 넘어 현대 사회의 불안과 폭력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아이들의 집단 실종은 학교 총기 난사, 마녀사냥, 그리고 사회적 병리 현상 등을 은유하며, 인간 내면의 결함과 욕망이 어떻게 파멸을 불러오는지 날카롭게 포착한다.
영화의 제목 ‘웨폰(Weapon)’은 물리적인 무기가 아닌, 인간의 욕망과 죄의식이 악마적 존재의 손에 쥐어졌을 때 발휘되는 파괴력을 의미하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탄탄한 배우진의 시너지
‘웨폰’은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자크’로 에미상을 수상한 줄리아 가너는 사건의 중심에 선 담임교사 저스틴 갠디 역을 맡아 불안과 편집증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타노스로 익숙한 조쉬 브롤린은 아들을 잃은 아버지 아처 그래프 역으로 분해 절제된 분노와 절실함을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 외에도 올든 에런라이크, 베네딕트 웡, 오스틴 에이브람스, 캐리 크리스토퍼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는 ‘웨폰’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기존 공포 영화 설정을 잘 섞어낸 감독의 재주

사실 ‘웨폰’은 그리 독창적인 작품은 아니다. 줄거리와 설정만 보자면 상당히 전형적인 요소들이 많은데, 70년대와 80년대의 공포 영화 스타일과 일부 명장면들을 그대로 차용한 것을 확인할수 있다. 그리고 단점으로 지적할수 있는 다소 느린 전개 때문에 일부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조금 지루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단순한 설정을 전자에서 언급한 인물의 시선과 불안감을 급증시키는 화면 연출로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 방식과 연기력으로 신선한 공포물을 보는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특히 제작자 입장에서 ‘웨폰’은 매우 가성비가 높은 영화로 여겨져서 여러모로 참고할만한 작품이다. 거대한 시각효과와 스케일을 활용하지 않고도 영화가 지닌 개성과 특수성을 극대화 시킨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결과물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장점적 요소를 참고했으면 한다.
‘웨폰’은 10월 15일 개봉한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