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은 불쌍하고, 박지현은 얄미운데…이 드라마 왜 이렇게 재미있지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단순하게 두 여성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로 치부하기에는 그 깊이와 울림이 상당한 작품이었다.

출처:넷플릭스

조영민 감독과 송혜진 작가는 15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통해 1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얽히고설킨 두 여성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동경과 질투, 선망과 원망이 교차하는 복잡한 인간 감정의 성격을 공감있게 다루고 있다.

섬세한 연출과 감정의 흐름이 돋보이다

출처:넷플릭스

‘은중과 상연’의 연출은 극적인 반전이나 자극적인 사건 대신, 인물들의 감정선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카메라 무빙은 감정의 흐름에 따라 유려하게 움직이고, 대사보다는 정적과 여백을 활용한 장면 전환은 서사의 밀도를 높이고 있다.

조영민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듯이 두 사람의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할 수 있는 톤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대목이 눈에 띄었다. 이러한 연출 의도는 극 전반에 걸쳐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은중과 상연’은 단순히 두 여성의 우정을 미화하려 하지 않는다. 작품은 두 인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질투, 동경, 열등감, 애증 등 복합적인 감정들을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그게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선사할 것이다.

극중 은중은 부유한 환경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상연을 동경하면서도, 동시에 질투심을 느낀다. 상연 또한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은중을 부러워하면서도, 그녀의 행복을 시기한다. 작품은 두 인물의 이러한 감정들을 숨김없이 드러냄으로써, 인간 관계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하고 있다.

작품의 정서와 어울리는 김고은과 박지현의 열연

출처:넷플릭스

‘은중과 상연’의 가장 큰 매력은 김고은과 박지현, 두 주연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에서 비롯된다. 김고은은 평범하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은중 역을 맡아,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김고은은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이 은중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도록 이끌고 있다.

박지현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깊은 슬픔과 결핍을 감춘 상연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녀는 20대부터 40대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섬세한 표정과 말투 변화를 통해 캐릭터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특히 40대 상연의 불안과 고독을 표현하는 박지현의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그녀가 왜 김고은과 투톱을 이룰만 했는지를 보여준다.

두 배우는 완벽한 연기 앙상블을 통해, 은중과 상연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어, 그야말로 최고의 합을 선사했다.

‘존엄사’에 대한 접근 방식

출처:넷플릭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존엄사’ 장면이다. 국내 작품중 존엄사를 의미있게 풀어낸 작품은 아마도 이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은중과 상연’은 상연의 선택을 통해, 삶의 존엄성과 죽음에 대한 권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를 목격한 남겨진 사람의 심리와 슬픔을 의미있게 되새이려 한다.

국내에서도 매우 민감한 주제인 만큼 이 대목에 대해서는 호불호의 반응이 있겠지만, 적어도 이 장면을 통해 생각해볼 대목을 만들었 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녔다고 본다.

아쉬운점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폭싹속았수다’의 16부작 못지 않은 15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인데, 냉정하게 말해서 굳이 이렇게 15부작으로 끌만한 작품은 아닌것으로 보인다. 너무 긴 호흡을 지닌만큼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 에피소드에서는 전개가 늘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몇몇 설정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상연의 집착적인 성격과 그로인한 갈등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진 점이 대표적이다. 은중과 상연의 갈등을 위해 상연의 이러한 성격을 다룬 대목이 작위적으로 느껴질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학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훌륭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통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다. 특히,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하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친구 관계안에 담긴 ‘애증’에 대해 깊이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많은 공감과 추억을 생각하게 할것이며, 그 때문인지 본 기자는 미웠지만 이상하게 그리운 옛친구들을 떠올리게 했다. 아마도 모든 시청자들에게 그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작품이 될 것이다.

‘은중과 상연’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평점:★★★☆

최재필 기자 content_editor@tselect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