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랑의 불시착’과 ‘미지의 서울’의 배우 임철수를 만나다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변호사 이충구 역을 맡아 차갑고 이성적인 면모부터 인간적인 고뇌까지 폭넓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임철수가 종영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과 배우로서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그동안 코믹하고 친근한 역할로 대중들에게 다가갔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 안에 내재된 진중한 면모를 끌어내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연극 ‘갈매기’로 데뷔한 이후 20년간 쉼 없이 연기 외길을 걸어온 임철수가 ‘미지의 서울‘을 통해 보여준 새로운 얼굴과 앞으로의 연기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더는 웃기는 배우가 아니다
-‘미지의 서울’에는 어떻게 합류하셨나?
감독님으로부터 감사하게도 제안을 받았다. 바로 대본을 받고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4부까지 나온 대본을 읽었는데 너무 좋았고 그다음이 궁금했다. 그런데 내가 연기한 이충구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너무 궁금했다. 내가 선택하는 작품 기준이 가치관인데, 이 캐릭터는 묘하게 그런 가치관의 대립과 개성이 분명해 보여서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빠르게 하기로 결정했다.
-대중에게는 그동안 배우님의 캐릭터가 웃기는 캐릭터가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배우님 개인에게 있어서는 의미 있는 캐릭터로 다가왔을 것 같다.
맞다. 나에게는 이 작품이 ‘미지의 충구’였다. (웃음) 이 캐릭터가 가치관의 대립과 갈등에 놓여있는 게 참 좋았다. 나에게 있어서 이충구는 미분법적인 위치에 있는 캐릭터였다. 우리가 살면서 무엇이 옳은지 갈등하고 있듯이 이충구는 그 점에서 많은 공감을 전해주고 있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내 연기 인생에 있어서도 웃긴 캐릭터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나는 꽤 진중한 사람이다.(웃음) 진중한 거 있는 거 빼꼬는 이충구와 내가 닮은 게 없다. 그점에 있어서 이 캐릭터는 나에게 너무 고마운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배우님은 할리우드의 코미디 배우로 익숙한 스티븐 카렐 느낌도 지니신 것 같다. 유머러스한 면모속에 진지함도 지니고 계신다고 할까?
(웃으) 오 그 배우 참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폭스캐처’때의 카렐의 연기를 좋아한다. 한동안 웃기는 캐릭터만 했는데, 그 작품으로 연기파 배우임을 보여줬다. 매일 웃기는 거 같은 짐 캐리도 어느 순간 진지한 연기를 보여주면 모두를 놀라게 한다. 나에게는 찬사와 같은데 그렇게 말씀 주시니 감사하다.
-이충구는 장애를 지녔지만, 삶에 있어서 이에 너무 국한되지 않으려는 인물이라는 점이 남달랐다. 처음 충구를 만났을 때의 느낌은?
충구는 선천적으로 다리가 불편한 인물이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매번 최선을 다했고, 좋은 대학을 가야했고, 승소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좋은 옷과 사무실을 갖게 되었는데, 그에게는 그것이 선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면접에서 자기 자신이 싫다고 말한 호수(박진영)를 만나게 되었고, 그말에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마 충구는 호수를 통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었고 자신의 인생 테두리에 넣고 싶었을 것이다. 어쩌면 자기가 보고 싶은 모습만 보고 싶은 친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까 이야기 하셨듯이 충구는 화려한 명품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캐릭터다. 혹시 이 외형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모르는 디테일한 연기 설정이 있으셨는지?
꽤 있다.(웃음) 되도록이면 쓰리핏의 의상으로 완성해 달라고 의상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화려함 속에 약간의 방어적이고 꽉 막힌 캐릭터의 모습을 강조하고자 그런 의상을 부탁드렸다. 그리고 원래 충구는 휠체어와 지팡이 둘 중에 하나만 사용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그래서 촬영전 감독님께서 휠체어와 지팡이 둘중에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셨는데, 거기서 고민이 컸다.
충구가 계속 앉아있는 캐릭터인 탓에 아마도 그는 평생 앉아서 사람을 보고 아래에서 고객을 바라보는 삶만 살았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사람이기에 어느 순간 누군가를 바로 앞에서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고 싶을 때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모습이 충구의 욕망을 잘 표현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둘 다 쓰겠다고 했고, 내가 일어날 타이밍에 대해서 함께 논의했다.
주연, 조연, 단역 캐릭터 모두 각자의 인생을 살고있다…우연히 만났을 뿐

-예전의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신 조연배우를 인터뷰 한적이 있는데, 그분은 작품에서 조연이지만, 본인은 주연배우라고 생각하며 연기를 펼치신다고 들었다. ‘미지의 서울’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신 배우님 역시 본인을 주연이라 생각하고 연기하시는것 같았다. 매번 눈에띄는 존재감을 보여주신만큼 배우님도 그런 타입으로 연기를 하시는지 궁금하다.
좋은 질문이다. 배우에게 있어서는 그런 연기와 존재감을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예전 연기 수업을 위해 배웠던 고전 연기 과목 책이 있었다. 그 책에서 조연, 특별출연, 카메오 연기 챕터 부분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내용은 어떻게 연기에 접근해야 되는지에 대한 내용인데, 거기서 나온 문구가 주연, 조연, 단역 모두 각자의 인생을 산 인물들이고 어쩌다 보니 작품이란 공간에서 우연하게 만난 인물이라는 것이다.
즉 모두가 자신의 삶의 주연이며, 작품이라는 공간에서 배역만 나뉘어 졌을 뿐인 것이다. 그 문구가 묘하게 우리의 인생 전체를 상징하는 중요한 말 같아서 계속 맴돌았다. 우리는 가끔 어떤 삶을 살면서 누군가와 나 자신을 비교할 때 가 있다. 왜 나는 저 사람의 들러리인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사실 관점을 바꿔보면 우리 모두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연기에 임할 때마다 내 캐릭터도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완성하는 편이다. 그래서 작품 속 모든 캐릭터들은 다 주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연기를 하셨기에 이충구는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래서 한번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캐릭터의 스핀오프를 만들어 보면 어떻까 라는 생각이다. 박로사 할머니(원미경)를 협박하는 모습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충구가 나중에 누군가에게 역으로 당하게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에 있는 ‘베터 콜 사울’이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캐릭터 같은 위기일발의 순간을 경험하는 변호사로 충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웃음) 개인적으로 두 작품 다 좋아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나도 이후의 충구의 행보가 궁금했다. 마지막에 후배에게 잘해라고 말하는데, 내가 생각한 충구에게는 어울리지 않은 대사라 생각했다. 아마도 언젠가 충구와 호수는 어느 재판에서 만나게 될 것이고 그때도 두 사람은 치열하게 싸울 것이다.
개인적으로 충구가 호수와 같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과 재판에서 패배하는 모습을 연기해 보고 싶다. 그러면 아마도 충구도 호수의 기분을 이해할 것이고, 오히려 그 패배를 통해 성장하는 계기를 같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영원한 멘토이자 가족같은 존재인 박해수

-과거 한 예능에서 박해수 배우와 함께 살고 동거동락하고 스터디도 하신 일화가 화제가 되었다. 해수 배우님이 배우님을 무척 아끼셔서 조언도 해주시는것 같은데 혹시 이번에도 어떤 조언을 주셨는지?
영화 ‘양자물리학’을 함께 촬영할 때도 함께 살았다.(웃음) 같이 살면서 함께 연기 연습도 하고 독서실 가서 공부하고, 수영도 하고 그러고 나서 함께 대사도 맞춰봤다. 형하고 나는 땔래야 땔수 없는 관계다. 과거 예능 출연할 때 형에게 ‘형 나 방송 출연하는데, 형이야기 해도 괜찮아?’ 라고 물었는데, 형이 마음껏 해도 좋다고 허락해 줬다.
나에게 해수 형은 가족과 같은 존재다. 그래서 형이 해주는 조언은 다 받는 편이다. 이번 ‘미지의 서울’에서도 좋은 조언을 해줬다. 사실 형이 일상에서는 순수하고 착한 형인데, 일적으로는 정말 냉정하게 조언해 주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좋다, 새롭다’ 이렇게 칭찬을 해줬고, 기억에 남는 말을 많이 해줬다. 형도 동생이 잘되니까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너무 들뜨지 말고 빨리 다음 스탭으로 넘어가야겠다.(웃음) 형하고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형하고 나는 대학교 선후배 사이인데, 당시 내가 장발머리였다.(웃음) 그때 형이 나를 보고는 선배인줄 알고 90도로 인사를 했다.(웃음) 그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다. 이후 내가 군대를 가게 되었는데, 내가 배치받은 훈련소가 하필 해수형이 조교로 있던 곳이었다.(웃음) 그래서 조교들이 내가 해수형의 학교 후배인걸 알고는 잘 대해줬다. 형 하고는 너무 잘 지내서 시간될때 마다 연락하고 만나고는 한다. 지금 내 집도 해수 형 집 근처에 있다.(웃음)
-과거 예능 ‘배우반상회’에서 무명 시절 이야기를 하시면서, 캐릭터 가면을 쓰고 솜사탕을 파신 일화가 인상적이었다. 가면속에 있었지만 한번도 웃은적이 없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무명시절이 힘드셨을텐데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연기를 붙들며 버틸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그 당시 힘들었지만 이러한 노력은 언젠가 100% 좋게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나는 무명시절이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틈틈이 기회가 왔다. 그때마다 세상은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아주 작은 기회라도 항상 나는 잡아준 것 같다. 오디션을 100번 넘게 했지만, 정말 많이 떨어졌다. 그러다가 황정민 선배님이 ‘힐링캠프’에 나와 나보다 많이 떨어진 일화를 이야기하셨는데, 그 내용을 보면서 오디션 탈락한 횟수를 세지 않게 되었다.(웃음)
개인적으로 ‘미지의 서울’에 나온 대사중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라는 대사를 좋아한다. 이 대사가 인새의 축약이라고 할까? 그래서 우리에게 기회와 행복이 멀리있지 않고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아마도 내가 그동안 그렇게 살아온것 같다. 그러한 생각과 주변인들의 조언과 관심이 나에게 힘이 되었던 것 같다.
-배우님은 명작 드라마의 눈에 띄는 단역과 조연 배우로 잘 알려졌다가 지금의 비중있는 배역으로 성장하게 되셨다. 히트작의 신스틸러로 자주 출연하다 보니 해외 언론과 K-콘텐츠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배우님의 출연작을 리스트 하기도 했다.
(웃음) 분명 ‘미지의 서울’은 좋은 작품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내 연기 장면을 부끄러워서 못보는 편이다.(웃음) 그래서 내 출연작을 시간이 흐르고 나서 보는 편인데, 아마도 ‘미지이 서울’도 나중에 볼것 같다. 그럼에도 여러 사람에게 계속 기억되고 박제되고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나의 흔적을 남긴다고 할까? 내 출연작으로 OTT로 언제든 볼수 있다니 나에게는 영광이다.